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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는 지구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곳 중 하나로, 그곳에는 수억 년 동안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남은 생물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살아있는 화석(Living Fossil)’이라고 부르며,
살아있는 화석이란 수억 년 동안 형태와 특징이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생존하고 있는 생물을 의미한다.
이들은 다른 생물들과 달리 빠른 진화를 겪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생태계에서 살아남았다.
심해는 이러한 살아있는 화석이 존재하기에 완벽한 환경이다.
도대체 어떤 생물들이 심해에서 수억 년 동안 살아남았을까? 그리고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혹독한 환경을 견뎌왔을까?
아래 7가지 생물을 소개한다.
[목차]
1. 3억 년을 살아남은 바다의 괴물, 투구게
투구게(Horseshoe Crab)는 심해 생물은 아니지만, 깊은 바다 근처의 해저에서 살아가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투구게의 특징
- 약 3억 5천만 년 전부터 존재
- 게나 가재보다 거미와 가까운 절지동물
- 적혈구에 있는 ‘청색 혈액’이 강력한 항균 효과를 가지고 있어 생명과학 연구에 사용됨
- 천적이 거의 없으며, 해저 바닥에서 미세한 유기물을 먹으며 생존
투구게는 현대 의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피는 강력한 항균 성분을 가지고 있어 백신 및 의약품 개발에 사용된다. 그러나 과도한 채취와 환경 파괴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2. 살아있는 화석의 대표주자, 실러캔스
실러캔스(Coelacanth)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개념을 대표하는 생물 중 하나다.
1938년, 아프리카 해안에서 한 어부가 이상한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것이 6,500만 년 전에 멸종한 줄 알았던 실러캔스였다.
실러캔스의 독특한 특징
- 약 4억 년 전부터 바다에 존재
- 현대 물고기와 달리 육지동물과 유사한 지느러미 구조
- 심해 100~700m 사이에 서식하며 낮에는 동굴에서 쉬고 밤에 활동
- 산소 소비량이 낮고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생존 전략 사용
실러캔스는 해저 동굴에서 은신하며,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긴 채 살아간다.
6,600만 년을 버틴 살아있는 화석, 실러캔스 [ 이전 포스팅 바로가기 ]
3. 1억 2천만 년을 살아남은 심해의 투명 어류, 바라엘루카(Barreleye Fish)
바라엘루카(Barreleye Fish)는 심해에서 발견되는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중 하나다. 특히, 이 물고기는 완전히 투명한 머리를 가지고 있어 뇌와 눈이 그대로 보인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할 법한 이 생명체는 과학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바라엘루카의 특징
- 약 1억 2천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존재
- 투명한 머릿속에 초록빛의 독특한 망원경형 눈을 가짐
- 수심 600~800m의 심해에서 부유하며 사냥
- 고정된 눈을 위로 향하게 두고 먹이를 기다리는 방식의 포식
특별한 생존 전략
바라엘루카는 심해에서 빛이 거의 없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머리를 투명하게 진화시켰다.
- 보통의 물고기와 달리 눈이 앞을 보지 않고 위쪽을 향해 위치해 있어,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먹잇감을 감지할 수 있다.
- 머리가 투명하기 때문에, 눈이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해파리나 플랑크톤을 사냥하는 데 유리하다.
- 극도로 낮은 대사율을 유지하며, 에너지를 아끼는 생존 방식을 취한다.
바라엘루카는 심해 어업과 해양 오염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워낙 깊은 바다에 서식하기 때문에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최근에서야 원격 조정 잠수정(ROV)을 통해 실체가 밝혀지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바라엘루카를 통해 심해 생물들의 적응 방식과 빛을 활용하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심해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생명체가 있으며, 바라엘루카는 그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생물 중 하나로 꼽힌다.
4. 5억 년을 살아온 심해의 갑옷 전사, 삼엽충의 후예 갑주오징어
갑주오징어(Nautilus)는 고대 바다에서 번성했던 삼엽충과 비슷한 생존 전략을 사용한다.
갑주오징어의 특징
- 약 5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 존재
- 앵무조개(Nautilus)와 비슷한 형태로 단단한 껍질을 가짐
- 일반적인 오징어와 달리 단단한 외골격이 몸을 보호함
- 심해 200~700m에서 부유하며 플랑크톤과 작은 해양 생물들을 섭식
갑주오징어는 오징어와 문어의 조상으로, 현대 오징어들과는 달리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
천적을 피해 껍질 속으로 몸을 숨길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다.
5. 3억 년을 살아남은 심해의 뱀장어, 레드 핸드피시(Red Handfish)
레드 핸드피시(Red Handfish)는 독특한 모습을 가진 심해 생물 중 하나로, ‘손으로 걷는 물고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레드 핸드피쉬의 특징
- 약 3억 년 전부터 존재한 고대 어류
- 지느러미를 이용해 해저 바닥을 ‘걷는’ 듯한 움직임을 보임
- 길이가 약 15cm 정도로 작으며, 주로 해저에서 은신하며 생활
- 호주 태즈메이니아 근처의 심해 50m~100m에서 서식
레드 핸드피시는 일반적인 물고기처럼 유영하지 않고, 지느러미를 이용해 해저 바닥을 기어 다니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동한다. 마치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레드 핸드피시는 개체 수가 극도로 적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물고기 중 하나로 꼽힌다.
주된 위협 요인은 해양 오염과 기후 변화, 서식지 파괴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호주 해양 연구 기관에서는 레드 핸드피쉬 보호구역 지정과 인공 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레드 핸드피쉬는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중요한 생명체로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보호하지 않는다면, 이 신비로운 생물을 곧 영원히 잃게 될지도 모른다.
6. 깊은 바다에서 1억 년을 살아온 메기상어(프릴드 샤크)
프릴드 샤크(Frilled Shark)는 현대 상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프릴드 샤크의 특징
- 1억 5천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살아있는 고대 상어
- 몸길이가 2m 정도이며 뱀처럼 길고 유연한 몸을 가짐
- 입 안에 300개 이상의 가느다란 이빨이 있어 먹이를 쉽게 놓치지 않음
- 대부분 심해 500~1,500m에서 서식
프릴드 샤크는 현대 상어들과 달리 유선형이 아니라 뱀처럼 길고 가느다란 몸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포식자를 피해 깊은 바닷속에서 살아가며, 마치 심해의 유령처럼 조용히 사냥하는 생태적 특징을 보인다.
7. 4억 년 전부터 존재한 생존자, 키메라(유령상어)
바닷속 가장 깊은 곳, 우리가 거의 접근하지 못하는 심해에는 ‘유령상어(Ghost Shark)’라고 불리는 생물이 있다. 이들은 보통 상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상어와 가오리의 먼 친척이다.
키메라의 기원과 특징
- 약 4억 년 전 상어와 함께 공통 조상에서 분화
- 심해 200~2,600m에서 서식하며 햇빛을 피함
- 날카로운 이빨이 아닌 단단한 어금니 같은 이빨을 사용해 먹이를 으깨 먹음
- 유령 같은 반투명한 피부와 커다란 눈을 가짐
키메라는 강한 포식자가 아니라, 해저 바닥을 돌아다니며 갑각류나 연체동물을 먹고 살아간다.
하지만 최근 심해 트롤링(저인망 어업)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상어도 가오리도 아니다? 신비한 키메라의 숨겨진 이야기 [ 이전 포스팅 바로가기]
심해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살아있는 화석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계속된 심해 탐사로 과학자들은 태곳적 시대의 생명체들을 하나둘씩 발견하고 있지만, 이러한 인간의 활동이 심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 고대 생물들을 보호하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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