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 생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심해 생물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

  • 2025. 3. 3.

    by. R.Think

    깊고 어두운 심해. 태양빛이 닿지 않는 그곳에도 거대한 포식자가 존재한다. 바로 향유고래다.

     

    향유고래는 포유류 중 가장 깊이 잠수할 수 있는 동물로, 먹이를 찾기 위해 심해 2,000m 아래까지 내려간다.

    향유고래는 어떻게 그 깊은 곳에서 살아가며, 어떤 방식으로 사냥을 할까?

     

     

    [목차]

     

     

    1. 향유고래는 왜 심해로 내려갈까?

    심해에서 살아남는 거대한 포식자

    향유고래는 주로 대왕오징어를 사냥하기 위해 심해로 내려간다. 대왕오징어는 심해 300~1,000m에 서식하는 거대한 두족류로, 길이가 10m를 넘기도 한다. 육중한 몸집의 향유고래는 하루에 최대 1톤에 달하는 먹이를 섭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깊은 바다에서 사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래가 심해로 내려가는 또 다른 이유는 먹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수면 근처에는 다양한 해양 생물이 존재하며, 이들과 먹이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심해로 내려가면 대왕오징어와 같은 대형 먹이를 독점적으로 사냥할 수 있다. 이처럼 향유고래는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만의 사냥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

     

    향유고래가 심해에서 90분 이상 버틸 수 있는 이유

     

     

     

    2. 심해에서의 향유고래: 극한 환경을 이겨내다

    엄청난 수압을 견디는 신체 구조

    향유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이 잠수할 수 있는 포유류 중 하나로, 보통 1,000~2,000m 깊이까지 내려가며, 최대 3,000m까지 잠수한 기록도 있다. 이 정도 깊이에서는 수압이 300기압 이상에 달하는데, 이는 인간이 버틸 수 없는 수준이다.

     

    만약 인간이 보호장비 없이 이러한 수심으로 내려간다면, 몸이 강한 압력으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하면서 극한의 수압을 견딜 수 있는 독특한 신체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유연한 늑골 구조

    향유고래의 갈비뼈는 인간처럼 단단하게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덕분에 심해로 잠수할 때, 강한 수압을 받아도 늑골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향유고래의 폐는 자연스럽게 압착되면서 내부의 공기가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부력이 낮아져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라앉을 수 있으며, 심해에서 안정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게 된다.

    혈액 내 산소 저장 능력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은 산소를 주로 에 저장한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폐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혈액과 근육에 산소를 저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1. 미오글로빈(myoglobin) 농도 증가
      • 향유고래의 근육에는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는 단백질이 매우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 미오글로빈은 산소를 저장하고 근육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덕분에 향유고래는 폐에서 호흡하지 않고도 90분 이상 심해에서 머무를 수 있다.
    2. 혈액 내 적혈구 비율 증가
      • 향유고래의 혈액에는 적혈구의 비율이 높고, 헤모글로빈 농도가 매우 높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유고래는 혈액 속 산소를 오랜 시간 활용하며 심해에서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3. 산소 소비 조절 능력
      • 향유고래는 잠수하는 동안 심박수를 낮춰 신체의 산소 소비를 최소화한다. 또한, 뇌와 심장 같은 필수 기관에만 혈액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소화 기관이나 피부 조직에는 혈류를 줄이는 방식으로 산소를 절약한다.

    낮은 온도에서도 활동하는 체온 조절 능력

    심해는 햇빛이 닿지 않기 때문에 매우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심해 1,000m의 온도는 섭씨 4도 이하이며, 깊이 내려갈수록 더욱 차가워진다.

     

    일반적인 포유류라면 이러한 온도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워 생존이 불가능하지만, 향유고래는 여러 가지 체온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두꺼운 지방층(블러버)의 역

    향유고래의 피부 아래에는 "블러버(blubber)"라 불리는 두꺼운 지방층이 형성되어 있다. 블러버는 단순한 지방층이 아니라,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1. 단열 효과
      • 블러버는 단열재 역할을 하여 외부의 차가운 물이 몸속으로 열을 빼앗아가는 것을 방지한다.
      • 특히 극지방에 서식하는 향유고래들은 블러버의 두께가 더욱 두꺼워져, 낮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2. 에너지원 역할
      • 블러버에는 지방과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어, 장시간 사냥을 하거나 먹이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혈관 수축 및 확장 조절

    향유고래는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하거나 확장하는 메커니즘도 갖추고 있다.

    • 추운 환경에서는 혈관을 수축하여 열 손실을 줄이고, 심부 체온을 유지한다.
    • 따뜻한 환경에서는 혈관을 확장하여 몸속의 열을 방출하고, 과열을 방지한다.

    이러한 체온 조절 능력 덕분에 향유고래는 심해의 차가운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으며, 장시간 사냥을 지속할 수 있다.

     

    심해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폐 구조

    향유고래는 기체 교환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특별한 폐 구조를 가지고 있다.

    1. 빠른 산소 교환 속도
      • 향유고래는 수면에서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약 90% 이상의 공기를 교환할 수 있다. 이는 인간(10~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한 번의 호흡만으로도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잠수 중 폐 기능 조절
      • 향유고래가 잠수할 때 폐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내부의 공기가 트라케아(기관)와 기관지 쪽으로 이동한다.
      • 이 덕분에 혈액 속 질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으며, 잠수병(감압병)을 예방할 수 있다.
    3. 수면에서의 급속한 호흡
      • 향유고래는 심해에서 사냥한 후 수면 위로 올라오면 매우 빠른 속도로 호흡을 반복하며, 체내 산소를 신속하게 충전한다.
      • 일반적으로 30~60초 동안 깊은 호흡을 한 후 다시 잠수를 시작하는 패턴을 반복한다.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놀라운 적응력

    향유고래는 강한 수압, 저온, 낮은 산소 환경 등 인간이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극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진화된 신체 구조와 생리적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 유연한 늑골 덕분에 강한 압력에도 몸을 보호할 수 있다.
    • 혈액과 근육에 산소를 저장하는 능력 덕분에 90분 이상 심해에서 사냥할 수 있다.
    • 두꺼운 지방층(블러버)과 혈관 조절 능력을 통해 극한의 수온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 효율적인 폐 기능 덕분에 잠수병을 예방하며, 심해와 수면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3. 심해에서의 사냥 전략

    소나(SONAR)로 어둠을 꿰뚫다

    심해는 완전한 어둠 속이다. 일반적인 시각을 이용한 사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향유고래는 반향정위(에코로케이션, SONAR)를 사용한다.

    1. 향유고래는 이마 부분에 있는 멜론 기관을 통해 강한 클릭 소리를 발생시킨다.
    2. 이 소리가 심해를 통과하면서 장애물이나 먹이에 부딪힌다.
    3. 반사된 소리를 향유고래가 다시 감지하여, 주변의 형태와 거리, 움직임을 파악한다.

    이 방식은 잠수함의 소나 시스템과 유사하다. 덕분에 향유고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대왕오징어를 찾아낼 수 있다.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의 사투

    향유고래가 심해에서 대왕오징어와 마주하는 순간, 치열한 사냥이 시작된다. 대왕오징어는 거대한 촉수로 저항하며, 강력한 빨판과 갈고리로 고래의 피부를 긁는다. 실제로 향유고래의 피부에는 대왕오징어와의 전투에서 생긴 상처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향유고래는 강력한 턱과 이빨을 이용해 대왕오징어를 붙잡는다. 강한 흡입력을 이용해 오징어를 삼켜버리며, 몇 시간 동안 심해에서 이러한 사냥을 반복한다.

     

     

     

     

    4. 심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리적 적응

    낮은 산소 환경에서도 버티는 능력

    향유고래는 심해에서 사냥하는 동안 산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1. 심박수 조절: 심해로 내려가면 심박수를 낮춰 산소 소비를 줄인다. 보통 평소보다 심박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2. 비필수 장기의 혈류 차단: 뇌와 심장 같은 필수 장기에는 산소 공급을 계속하지만, 소화기관이나 피부 같은 비교적 덜 중요한 기관에는 혈류를 줄인다.
    3. 젖산 내성 증가: 산소 부족 상태에서 젖산이 쌓이면 근육이 피로해지지만, 향유고래는 높은 내성을 가지고 있어 오랜 시간 사냥이 가능하다.

    귀향 본능: 수면으로의 귀환

    사냥이 끝나면 향유고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급격히 상승하면 잠수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향유고래는 단계적으로 떠오르는 방식을 사용한다.

    1. 심해에서 사냥을 마친 후, 중간 수심에서 잠시 머물며 체내 기체를 서서히 조절한다.
    2. 이후 천천히 상승하여 폐로 가스를 배출하고, 수면에서 충분히 호흡한 후 다시 잠수를 준비한다.

    이러한 과정 덕분에 향유고래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심해와 수면을 오가며 안정적으로 사냥을 이어갈 수 있다.

     

     

     

     

    이처럼 향유고래는 강한 신체 구조와 특별한 생리적 적응을 통해 심해에서 살아남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강력한 소나를 이용해 먹이를 찾고, 엄청난 수압과 저온을 견디며 사냥을 계속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자연의 경이로운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향유고래가 보여주는 심해 세계의 비밀은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에게 흥미로운 탐구 대상이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